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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제공 : 담요님)

  • 176cm. 표준 체중.

  • 머리카락은 밝은 잿빛. 푸른빛이 감도는 보라색 눈동자. 퍽 이국적인 외모라고 해도 할 말은 없나, 여금은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 의사 가운은 제 치수보다 하나가 컸다. 그는 상의나 겉에 걸치는 것에 한해서는 넉넉한 것을 선호했다. 한 치수 정도야 그다지 흘러내리는 것도 아니거든.

  • 손. 특히 손가락은 그가 유난히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길고 곧게 뻗어있었다. 나름 하는 말을 들어보면, 사람을 대할 때 가장 많은 접촉이 오가는 부위는 손이라나. 그래서 손을 특히나 중요케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 왼쪽 귓볼에는 귀를 뚫었던 자국이 있었다. 지금은 점차 아물어가는 중이다.


[이름]
강 여금.

 

[나이]28세.

 

[성별]남성.

 

[국적]한국.

 

[소속]의료반.

 

[성격]

  • 기저에 깔린 비뚤어진 박애주의. 그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다. 글쎄,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도, 그는 입꼬리만 말아올리며 "내가 사랑해주는 게 싫어?" 라고 되물었을 뿐 제대로 된 답은 내어놓지 않았다. 확실한 건, 그는 전부를 사랑했기에. 설사 그것이 아주 대중적인 형태를 띄지는 않더라도 그는 그러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

  • 능청스러움. 그게 무어가 되었든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금은 매사에 있어 유연해지려는 쪽이었다. 그 영향인지, 진심으로 당황하는 모습 또한 보기 드물었더랜다.

  • 적어도 사람을 괜히 내치거나,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못 본 체 하는 법은 없었다. 특히 회사 사원들이 다쳐오는 것엔 더욱 그리 했다. 아무리 자잘한 상처라도 그의 눈 앞에 띄면 바로 손목 잡혀 의료반으로  끌려간다고. 손수 연고 따위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고 나서야 여금은 만족한 듯 웃었다. 풀어지는 표정이 제법 편안해 보였다.

  • 뚜렷한 자기주관. 그는 천천히 제 입가를 검지손가락 끝으로 톡, 톡. 두드렸다. 입을 열고 본인의 확신이 담긴 글자들을 잘도 나열했다. 타협과 협동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나이를 먹고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쪽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어느 일이든 본인만의 결정과 의견이 있었고, 이를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채 넘어가진 않았다. 적어도 나의 의견은 이래. 라고.

  • 강압적인 건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일종의 부하 직원으로서의 단점이라면 이 정도가 될까. 상사가 누구래든지 일정 선 이상의 압력을 가하려고 들면 고개를 찬찬히 좌우로 젓고는 자리를 떠 버렸다. 무어든지 시키기를 좋아하는 상사의 경우는 여금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필요한 임무가 아니면 상사의 말에 고개 숙이는 일이 없었다. 이전 지부에서부터 그랬다고들 전해졌다. 그나마 그가 여간하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의료반에 속해있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분명 적잖은 마찰이 있었을 거라고 그를 좀 안다시피하는 동료들은 입을 모아 그리 말했다.

  • 최대한 많은 것을 알고자 했다. 식자우환이나 문즉질 불문약이라- 같은 그런 말들에는 코웃음을 쳤다. 앎으로 인해 생기는 '병'은 '의사'인 저가 고칠 수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곤 했다.

  • 가벼움. 그는 상당히, 가벼웠다. 관계에 있어서나, 언행에 있어서나. 쉬워. 그래서 좋지, 응?

  • 뭐, 종종 비속어도 섞어 썼다.


[소지품]

  • 가운의 왼쪽 주머니 안 : 박하사탕이 가득 든 연두색의 작은 종이 상자.

  • 가운의 안쪽 주머니 안 : 노란 약물이 채워진 일회용 주사기 1개 / 투명한 약물이 채워진 일회용 주사기 2개. 일단은 호신용으로, 이따금 그 종류가 바뀌긴 하지만 주사하자마자 짧은 시간 내에 효력을 보이는 약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직접 연구를 통해 제작해냈기 때문에 그 효력도 미리 짐작하긴 어렵다. +) 투명한 약물들은 그야말로 호신용이지만 노란 약물은 '그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여금은 새 지부에서 이 주사기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꺼내지도 않았기에 그의 주사기가 2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 오른손 엄지, 중지, 소지와 왼손 검지와 약지에 착용중 : 반지들. 오른손 엄지와 중지는 화이트 골드의 무광 밴드형 반지를, 소지에는 그것들보다 낡아보이는 검정색의 둥근, 민무늬의 밴드형 반지를 끼고 있었다. 왼손 검지와 약지에는 세트로 보이는 핑크골드의 스파이럴형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앞서의 것들보다는 좀 화려한 편이었다. 큰 수술을 하기 위해 장갑을 껴야할 때가 오면 하나하나 빼내어 서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 이외 결코 그것들을 하지 않고 다니는 경우는 없었다.

  • 책상 서랍의 첫번째 칸 속 : 수많은 서류 파일들. 그 파일들 사이에는 개인적 연구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파일이 숨어 있었다. 마치 비밀 다이어리처럼, 당신들을 보며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것들을 일기마냥 적어놓은 종잇조각도 드문드문 껴 있었다-마는, 아직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 책상 아래의 한 구석 : 아직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일회용 주사기들이 가득한 상자들.


[기타사항]

 

     " ...그 나불대는 입 어련히 알아서 다물고 있어 봐, 얼간아. 이 정도도 못 참을거면 다쳐오질 말든가. 신경 쓰여. "

 

     " 생각보다 지랄맞은 달링이구나, 이거? "

  • 자기야. 달링. 낯간지러운 호칭들을 잘도 사용했다. 무슨 애인 사이도 아니면서 그런 호칭을 쓰냐고 핀잔을 받으면 도리어 낮게 웃으며 애인 사이가 아니니까 더 쉽게 뱉을 수 있는 거야. 어때, 사랑스럽잖아? 하고 대꾸하곤 말았다. 도저히 자기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나이차가 크거나, 특별하게 다른 방면으로 대하고자 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이들을 그리 불렀다.

  • 스킨쉽에 있어 능숙했고, 또한 잦았다. 누가 보기에 잠깐씩 놀랄 만한 정도를 그는 퍽 서슴없이 행하곤 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이를 부르기보단 그냥 저가 먼저 가서 허리를 끌어안고 제 쪽으로 잡아당기는 걸 선호했고, 머리칼이나 뺨을 가볍게 쓸어주는 행위 또한 하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애정이 담겼다기보다는 버릇과 같은 것에 불과한 그것들은 상대가 익숙해지거나, 심한 거부감을 보이지 않으면 그 정도가 이따금 짙어지기도 했으나- 뭐 어떠랴. 사심은 눈꼽만치도 없거든,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면 이런 시덥잖은 것으로는 표현도 안 하지. 그 행위 자체에 있어 어쩐지 경시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저 익숙하거나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 체온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 덕택에 가끔 여금은 졸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다가가 볼에 제 손등을 대기도 했다. 차갑지? 일어나, 자기야. 손발만이 유달리 차갑다면 몰라도, 여금은 전체적으로 그 온도가 낮았다. 실은 차갑다, 의 수준을 넘어 꽤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 일반인들보다 악력이 센 편이다. 의료반임에도 불구하고 악력 하나만큼은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 박하사탕을 그리도 좋아했다. 하나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으면 안에서 퍼지는 향과 맛이 최고라고 그랬던가. 항상 그걸 가득 담은 상자를 지니고 다녔다. 박하사탕뿐만 아니라 페퍼민트 차 또한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그 차를 자주 마시기 때문인지 

  • 물을 싫어했다. 수영장. 바다. 어딘가에 빠져 익사라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이를 채운 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기피하는 장소.

  • 회사 안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의료반 안이 거의 제 집이나 다름없었다. 간이 침대도 몰래 들여놨다는 소문이 있다. 신입주제에. 음, 그 덕에 비상시에는 언제든 보충인력으로 남아있으니 괜찮은 걸까.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회사 입구에서 부지런한 사원들을 맞이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 의자에 널브러지듯 기댄 채 잠드는 일이 잦았다. 누가 보면 제법 불편해 보이는 자세임에도 잠은 잘도 잤다. 수면시간이 상당히 불규칙한 덕에 얼핏 자세를 잘못 잡으면 그대로 잠에 빠지곤 했는데,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에는 '나는 잔다, 잘 것이다. 내 입에 칼이 들어오기 전 까지는 안 깰거다.' 하는 마인드이므로 여간해서는 눈을 뜨는 법이 없었다.

  •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그 밖에도 여러가지의 특정한 이유로 드러나는 버릇들이 있었다. 검지를 세워 아랫입술 언저리를 긁거나, 가운의 소매를 괜히 당겨서 쥔다던가. 두 손을 마주어 깍지를 끼거나, 건조한 시선으로 상대나 무언가를 흘끔거리거나, 하는.

  • 약물에 관해 유달리 능통했다. 무슨 이것저것 섞더니만 별 걸 다 만들어내더라고, 저 친구는. 여금은 그 분야에서는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사원들의 기력 회복이나 기본적인 건강 유지를 위한 수액 제조는 기본이고, 때로는 그 이상이나 그보다 조금 벗어난 주제의. 그는 종종 밤을 지새워 가면서 까지 주사기에 제조해 낸 약물들을 담았다. 도대체 그 약은 무어냐고 물으면 잠시 뜸을 들이다가도, 비타민 놔줄까? 라며 화제를 돌려 버렸다.

  • 담배는 아주 가끔. 10일에 약 1~2개피. 많아봐야 3개피. 그것조차 안 피는 때도 있었지만 일단은 그랬다. 누가 옆에 있으면 불 좀 붙여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끊으라면 끊을 정도로 애연가는 아니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답답해지는 때가 간혹 있다고 그랬다.


[선관]
          천지강.

  • 여금은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난 그 지랄맞은 자기랑 여기서 또 만날 줄은 몰랐지. 솔직히 그와는 이전 지부에서까진 지금처럼 앙숙인 양 대하지는 않았는데. 헌데 새 지부로 옮겨가고 나니, 한다는 말이. ...시덥잖은 일에 관한 소문을 알고 있다. 개자식.

  • 서로는 딱히 서로에게 그렇게 관대하게 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소위 말해 못 잡아먹어 안달인. 여금은 검지로 아랫입술 언저리를 긁어내린다. 미련한 달링이랑 노는 건 나쁘지 않다니까. 주제에 꼬박꼬박 존댓말 써 가면서 우위를 점하려 드는 꼴이 퍽 추잡스럽긴 하지만.

  •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보여내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왔다. 와, 역겹네.

  • 달링은 너무 커. 성장기 때 혈관에다 무슨 마약이라도 주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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